각종리뷰/마음이 즐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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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졸업식 축사 - 세 개각종리뷰/마음이 즐거운 2018. 8. 27. 17:51
*우리 과 졸업식 축사는 아니(었)지만,(정치외교학부 전공 사람들이 필력이 좋으시다! 부럽다!)그래도 현재까지 가장 인상적인 졸업식 축사를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도 남길 겸, 갈무리해 본다! 다른 할 일도 많은데...역시 할 일 많을 때 하는 딴 짓이 가장 재밌고, 시간도 참 잘 간다! #1.졸업을 축하합니다. 대학시절이라는 골치 아프고 불안한 세월—미래에 대해 불안하고 자기자신에 대해 불안한 세월--을 견디어낸 여러분들을 축하합니다. 그런 불안하고 골치 아픈 여러분들을 참고 견디어낸 부모님과 선생님들 또한 축하합니다. 여러분들이 이제 졸업식을 마치고 떠나기 전에, 대학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제 생각의 일단을 짧게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그러기 위해, 먼저 여러분들이 사회에 나가면 중요하게 될 두 가지—예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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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말하다"에서 비관적 현실주의.각종리뷰/마음이 즐거운 2018. 8. 3. 10:59
김영하의 "말하다"로부터 갈무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낙관이 아니라 비관입니다. 어떤 비관인가? 바로 비관적 현실주의입니다. 비관적으로 세상과 미래를 바라보되 현실적이어야 합니다. 세상을 바꾸기도 어렵고 가족도 바꾸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우리 자신뿐이다. 자기계발서들이 말하는 내용이 바로 그것입니다. 너 자신이라도 바꿔라, 저는 그것마저도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자기를 바꾸는 것 역시 쉽지 않습니다. 그게 쉽다면 그런 책들이 그렇게 많이 팔릴 리가 없습니다. 우리가 당장 바꿀 수 있는 것은 세상과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대책 없는 낙관을 버리고, 쉽게 바꿀 수 있다는 성급한 마음을 버리고, 냉정하고 비관적으로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비관적 현실주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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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포드의 "로봇의 부상"각종리뷰/마음이 즐거운 2018. 2. 22. 09:08
로봇의 부상, 제목만 놓고 봤을 때는 기술 도서의 향기를 물씬 풍기는 이 책은 부제인 “인공지능의 진화와 미래의 실직 위협”이 암시하는 바와 같이 사실은 뼛속까지 사회과학 도서이다. 저자는 책 초반부에서 인공 지능에 대한 기술적인 측면을 다양한 사례와 함께 서술하고 있지만, 이를 통해 저자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얘기는 책의 중후반부부터 등장한다: 그래서 인공지능의 발전이 우리 사회에, 특히,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저자는 이 문제에 대해 기술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다양하게 진단하고, 나름의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인공지능 문제는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도서들이 다뤄온 주제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이 책은 비관론의 극단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도서들과 차이점을 갖는다. 저자는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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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서 시간각종리뷰/마음이 즐거운 2018. 2. 21. 11:32
줄리언 반스의 소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원제: The Sense of Ending)"의 "시간"과 "기억"에 관한 인상적인 서술들. 사실 너무 인상적인 서술들이 많아서 완독하고 보니 밑줄 친 부분들이 너무 많았다. 그 중에 고르고 고른 것들만 (그래도 너무 많지만!) 이 블로그에 갈무리해 본다. "시간"은 내가 좋아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제이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모르는 주제이기도 하고, 그래서 더 알고 싶은 주제이기도 하지만 또 그만큼 어려운 주제이기도 하다. 이 책을 시작으로... 올해는 "시간"을 키워드로 책을 좀 골라서 읽어볼까? 우리는 시간 속에 산다. 시간은 우리를 붙들어, 우리에게 형태를 부여한다. 그러나 시간을 정말로 잘 안다고 느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지금 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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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의 "영화 읽어주는 남자, <원더풀 라이프>" 편각종리뷰/마음이 즐거운 2018. 2. 19. 19:25
얼마 전에 한국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원더풀 라이프"가 재개봉 했다. 이미 다섯 번은 더 돌려본 영화지만,그래도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본 적은 없기에 순간 한국에 있는 사람들이 어찌나 부럽던지.. 그래서 오랜만에 찾아보고 이 곳에도 공유하는동진님의 영화 읽어주는 남자, 원더풀 라이프편 링크! #1: http://movie.naver.com/movie/mzine/cstory.nhn?nid=378&page=1 #2: http://movie.naver.com/movie/magazine/magazine.nhn?sectionCode=SPECIAL_REPORT&nid=379&page=185 영화 읽어주는 남자, 원더풀 라이프 편 속에서 밑줄 긋기. 카메라워크에서 편집까지, 작품마다 서로 다른 형식을 보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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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각종리뷰/마음이 즐거운 2018. 2. 19. 11:07
김애란 작가님의 단편 모음집, "바깥은 여름"은 기대했던것 보다도 훨씬 좋았다.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그냥 넘길 수 없어서였다.한 문장, 한 문장 읽을 때마다 멈칫하게 했고, 생각하게 했다.한 글자, 한 글자에 녹아 있는 삶에 대한 통찰력과 그 표현력이 부러웠고, 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다음은 내가 이 소설에서 특별히 아끼는 문장들.(그러니까.. 이 소설을 일독할 때 특별히 아끼게 됐던 문장들..다시 읽으면 또 다른 문장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까?) 어떤 문장은 특별한 이유때문에 줄을 긋게 되었다.그런데 어떤 문장은 나도 모르는 새에 줄을 긋고 있었다. 그렇게 사소하고 시시한 하루가 쌓여 계절이 되고, 계절이 쌓여 인생이 된다는 걸 배웠다.그러니까 어제와 같은 하루, 아주 긴 하루, 아내 말대로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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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과 우주.각종리뷰/마음이 즐거운 2017. 11. 13. 15:14
김영하의 읽다에서 도서관을 우주로 비유하는 것이 재미있고 공감되어서 갈무리. "누구나 알다시피 도서관은 책을 모아놓은 곳입니다. 누구라도 그곳에 들어가면 어떤 신성함을 느끼게 됩니다. 많은 저자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책등은 묘비처럼 느껴집니다. 그곳은 죽은 이와 산 자가 가장 평화롭게 공존하는 공간이고 엄밀한 의미에서 저자가 죽어 있는지 살아 있는지 신경쓰는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작가는 자기가 쓴 책에 묻힌다'는 말의 의미를 가장 실감할 수 있는 곳도 바로 도서관일 겁니다." "도서관이 우주라는 말은 곱씹을수록 의미심장한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주 안의 사물은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주에 존재하는 네 가지 힘, 즉 거시 세계를 구성하는 중력과 미시 세계를 구성하는 전자기력,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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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는 이유.각종리뷰/마음이 즐거운 2017. 11. 13. 15:05
얼마 전에 한강 작가의 NYT 기고문을 인용하면서 내가 소설을 읽는 이유에 관한 글을 이 곳에 남겼다.그런데 김영하 작가님이 생각하는 소설을 읽는 이유는 다른 것 같아서 이 곳에 갈무리해둔다. (김영하의 "읽다"로부터) "'인간과 세계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소설을 읽자'고 결심하는 것은 어딘가 부자연스럽습니다. 소설은 소설이 가진 매력 때문에 다가가게 되는 것이고, 바로 그 매력과 싸우며 읽어나가는 것이고, 바로 그 매력 때문에 다시 돌아가는 것입니다. 독서의 목적 따위는 그에 비하면 별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독서의 목적 같은 것으로 설명해버리기에는 소설을 읽으면서 독자가 겪는 경험의 깊이와 폭이 너무 넓고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아직도 개개의 독자가 특정한 소설을 읽으면서 어떤 변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