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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틴포드의 "로봇의 부상"
    각종리뷰/마음이 즐거운 2018. 2. 22.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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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봇의 부상, 제목만 놓고 봤을 때는 기술 도서의 향기를 물씬 풍기는 이 책은 부제인 “인공지능의 진화와 미래의 실직 위협”이 암시하는 바와 같이 사실은 뼛속까지 사회과학 도서이다. 저자는 책 초반부에서 인공 지능에 대한 기술적인 측면을 다양한 사례와 함께 서술하고 있지만, 이를 통해 저자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얘기는 책의 중후반부부터 등장한다: 그래서 인공지능의 발전이 우리 사회에, 특히,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저자는 이 문제에 대해 기술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다양하게 진단하고, 나름의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인공지능 문제는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도서들이 다뤄온 주제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이 책은 비관론의 극단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도서들과 차이점을 갖는다. 저자는 인공지능의 진보가 제시하는 장미빛 미래를 철저히 무시한다. 대부분의 낙관론 도서들은 기계를 인간 노동에 대한 “불완전 대체재”로 인식해왔다. 반복과 같은 단순한 작업들에 있어서는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보다 고차원적인 사고를 요하는 작업이나 창의성이 요구되는 작업에 있어서는 인간이 여전히 기계에 비해 비교우위를 가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특히 전통적으로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의료, 법률, 그리고 교육 분야에서 마저도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고 있는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며, 기계가 인간 노동의 “완전대체재”가 될 날이 머지 않았음을 경고하고 있다. 저자의 이러한 비관적인 견해를 다음의 대목이 가장 잘 집약해준다.


    중산층 직업을 잃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있어 스마트폰은 그저 직업소개소에서 내 차례를 기다리면서 앵그리버드를 하는 수단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어렵다.


         일견 지나친 비관론으로까지 보이는 이러한 저자의 주장은 저자가 제시하는 다양한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설득력있게 다가 온다. 인공지능이 반복작업을 넘어서서 소설을 쓰고 교향곡까지 작곡하는 시대라고 하니 어찌 보면 모든 인간의 일자리가 기계에 의해 완전히 대체될지도 모른다는 저자의 주장은 지극히 현실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얼마 전 있었던 이세돌 바둑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을 상기해 보면, 더더욱 저자의 주장에 무게가 실리기도 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인공지능 문제에 대한 주의를 환시시킴으로서 지금부터라도 철저한 대비책을 세울 것을 촉구하는 고마운 알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책을 비관론의 극단에 놓고 싶은 것은 이세돌 9단이 네 번째 경기에서 두었던 제 78수 때문이다. 이세돌 9단이 제 4국의 벼랑 끝에서 생각해 낸 창의적인 한 수였던 제 78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계는 인간을 “완벽히” 대체할 수는 없다는 묵직한 희망을 준다. 이 책이 간과하고 있는 점 중의 하나는 기계만 진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도 진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이세돌의 제 78수를 둘 수 없다면, 우리는 제 78수를 생각해내는 데 더 특화하면 된다. 여전히 우리가 기계에 비해 가지는 비교우위를 “더” 특화하는 방향으로 인간도 진보한다면 기계가 인간노동을 완전히 대체해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또 하나 이 책이 간과하고 있는 점은 생산요소의 “보완성”이다. 만약 인간노동이 인공지능에 대해 “보완적”인 특징을 지닌다면 생산성을 극대화 시키는 두 생산요소간의 최적 조합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러한 분야에 인간의 노동이 특화된다면, 인공지능의 미래는 저자가 제시하는 바와 같은 지나친 암흑은 아닐 것이다.


         또한, 저자가 책의 말머리에서 제시하고 있는 인공지능 시대에 대한 대안에 대하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저자는 제4차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이에 따른 소비 감소, 수요 저하, 이로 인한 생산 감소라는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한 대안으로서 “최저소득의 보장”을 주장한다. 저자는 최소 소득의 보장이 실업자들에게 기본 안전망을 제공함과 동시에, 도덕적 해이 문제를 최소화 함으로써, 일할 유인을 해치지 않고 따라서 기업가 정신을 북돋워 사회를 좀 더 역동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저자의 주장은 저자가 400페이지가 넘는 공간을 할애하면서 펼치는 기술진보에 대한 비관론과 정확히 모순된다. 저자는 그러한 기업가 정신마저도 인공지능이 대체해버리는 잿빛 미래를 그려왔다. 이에 따르면 저자가 제시한 해법은 전혀 의미가 없다. 어차피 인간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더라도 기계에 의해 곧 대체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저자부터 지나치게 비관적인 미래를 믿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우리에게도 여전히 이세돌의 제78수가 주는 희망이 있다는 전제 하에, 보다 바람직한 대안은 어떻게 하면 우리가 또 다른, 다양한 형태의 수많은 제78수를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진보할 수 있을지, 이를 가능케하는 사회 시스템을 찾고 만들어나가는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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