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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동진의 "영화 읽어주는 남자, <원더풀 라이프>" 편
    각종리뷰/마음이 즐거운 2018. 2. 19.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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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에 한국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원더풀 라이프"가 재개봉 했다.


    이미 다섯 번은 더 돌려본 영화지만,

    그래도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본 적은 없기에 순간 한국에 있는 사람들이 어찌나 부럽던지..


    그래서 오랜만에 찾아보고 이 곳에도 공유하는

    동진님의 영화 읽어주는 남자, 원더풀 라이프편 링크!


    #1: http://movie.naver.com/movie/mzine/cstory.nhn?nid=378&page=1


    #2: http://movie.naver.com/movie/magazine/magazine.nhn?sectionCode=SPECIAL_REPORT&nid=379&page=185



    영화 읽어주는 남자, 원더풀 라이프 편 속에서 밑줄 긋기.


    카메라워크에서 편집까지, 작품마다 서로 다른 형식을 보여주는 그의 영화세계는 언제나 디디고 선 자리를 고민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자의 서성이는 발자국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거나 회고할 때, 인물들의 뒤에는 주로 햇빛이 비치는 밝은 창문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라디에이터까지 놓여 있지요. 계절은 겨울. 모든 삶의 배후에 빛과 열을 두고 싶어하는 감독의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원더풀 라이프’는 고졸하고 소박하며 평화로운 느낌이 전편에 흐르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이 어떤 추억을 가지고 있느냐가 아닙니다. 그가 무슨 추억을 선택하느냐입니다. 선택한 한 가지는 포기한 나머지 전부보다 더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셈인 ‘원더풀 라이프’에서 한 사람의 정체성은 결국 특정 기억이 아니라 그 기억을 선택하는 작업 자체에 담겨 있습니다. 


    선택이란 연속적인 삶에서 불연속을 만들어내는 작업입니다. 그것은 삶 전체를 일목요연하게 손아귀에 쥐고야 말겠다는 소망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시간을 소거(消去)하려는 행위입니다. 가능성의 이름으로 우리를 옥죄어오는 시간이란 살을 삶의 뼈에서 발라내려는 몸부림입니다.


    ‘원더풀 라이프’는 영화라는 매체 자체에 대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란 무엇이며,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고민이 담겨있는 결과물입니다. 영화란 삶과 추억과 꿈을 다루는 매체이고,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추억을 재연하는 행위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때의 추억은 실제 일어났던 일 뿐 아니라 일어날 수 있었던, 혹은 일어나길 바랐던 일까지 포함하는 것이겠지요.


    한없이 푸근하고 긍정적으로 보이는 ‘원더풀 라이프’에는 사실 삶에 대한 절망이 담겨 있는 듯 합니다. 단 하나의 행복한 추억을 선택해서 그 기억만으로 살아가는 다음 세상을 가정하고 있는 이 영화의 판타지 이면에는 삶에서의 다른 모든 기억들은 잊고 싶다는, 혹은 잊어도 상관 없다는 태도가 내재되어 있는 것이니까요. 영원한 기억은 다른 모든 것들의 영원한 망각을 전제하는 것. 


    어둠과 밝음이 교대하는 박명의 시간에서는 어느 쪽 힘도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때 중요한 것은 결국 관계입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경계에 디디고 선 채로 관계를 사유하는 감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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