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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1/04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공연
    각종리뷰/귀가 즐거운 2017. 11. 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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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학기 두 번째 Cal Performance 공연에 다녀왔다.


    발레리 게르기예브(Valery Gergiev)가 지휘하는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Mariinsky Orchestra)의 순회공연 시리즈 중 하나였는데

    오늘의 프로그램은

    1.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9번 (Shostakovich Symphony No. 9)

    2. 프로코피에프 피아노 협주곡 2번 (Prokofiev Piano Concerto No.2)

    3. 스크리아빈 교향곡 3번, 신성한 시 (Scriabin Symphony No. 3)

    이렇게 구성되어 있었다.


    일단, 프로코피에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보는 순간 표를 안 살 수가 없었다.

    프로코피에프 피협 2번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피아노 협주곡 중의 하나니까..

    100번도 넘게 듣고 또 들었으니까..

    게다가 지휘자도 발레리 게르기예브라니!!    

    그래서 망설임없이 표도 제일 좋은 자리로 샀다.

    Mezzanine Section (San Francisco Davis Hall로 치면 Loge Section!! 그리고 이번에도 feat. 학생할인)




    사실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9번이나 스크리아빈 교향곡 3번은 잘 모르는 작품이었다.

    그렇지만 프로코피에프 피협 2번이 있다면 사실 다른 프로그램은 뭐든 전혀 상관이 없었다.


    오로지 내 목적은 프로코피에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듣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토록 좋아하는 곡이 포함되어 있는 공연에 갈 때는 사실 실망하고 오는 경우가 많다.

    일단 기대치가 너무 높고, 또 무엇보다 이미 100번도 넘게 들은 터라 피아니스트의 실수가 너무 잘 들리기 때문이다.


    1년차 때 갔던 Daniil Trifonov와 Montreal Orchestra의 프로코피에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이 그랬다.

    일단 프로코피에프 피협 공연을 처음으로 실황으로 보는 터라 기대치가 한 껏 올라간 상황에서

    Daniil Trifonov가 살짝 살짝 삐끗한 부분이 너무 거슬리게 들렸다.

    그래서 사실 Daniil Trifonov도 전반적으로는 잘 쳤지만 실망감이 더 컸던 공연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한 껏 기대를 하고 공연에 갔다.

    Valery Gergiev니까, 그리고 Denis Matsuev가 피아니스트였으니까!!!


    이렇게 잔뜩 기대에 차서 공연을 보러갔음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좋았다. 너무너무 좋았다.


    1악장부터 오케스트라랑 합이 그렇게 잘 맞기 쉽지 않은데

    처음부터 오케스트라랑 합이 딱딱 맞았다.

    게다가 1악장 카덴차가 너무나도 훌륭해서 이미 그 때부터 Denis Matsuev에게 마음을 완전히 빼앗겼다.


    그 격정적인 카덴차가 너무도 좋았던 나머지.. 나는 심지어..

    '괜찮아, 이제부터는 실수해도 돼.

     실수 백 개해도 사랑할거야..'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2악장부터는 오케스트라랑 합이 더 좋았다. 이미 최고인데 어떻게 더 좋아질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1악장부터 오케스트라랑 합이 너무 좋았는데.. 어쩜, 갈수록 점점 더 좋아졌다.


    오케스트라와의 합, 힘, 강약 조절, 정확도, 해석 모두 다 너무 좋았다.

    나에게 프로코피에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은 지금까지 Yuja Wang 연주가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Yuja Wang이 생각이 안 날 정도로 너무 좋았다.

    너무 좋았던 나머지 뭐라고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도 모르겠는 정도로 좋았다.

    4악장의 마지막 카덴차까지도 너무 좋았다.


    피협 끝나고 Intermission 때 잠시 발코니에서 쉬는데 그 때까지도 흥분과 감동이 가시질 않았을 정도..

    내가 지금까지 버클리, 샌프란시스코에서 본 공연들 중 단연 최고였다.


    일단, 프로코피에프 피협 2번만으로도 너무나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는데, 아니 최고의 공연이었는데

    나머지 두 생소한 교향곡들도 좋았다.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9번은 일단, 다른 교향곡에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 피콜로와 바순의 소리를 유심히 들어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좋았다. 1악장에서 피콜로가 주제를 제시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고 4악장쯤 바순 솔로가 매우 길게 이어지는 부분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언제 또 피콜로와 바순 솔로 연주를 들어볼 기회가 있을까 싶어 엄청 집중해서 들었던 기억이 난다. 


    스크리아빈 교향곡 3번은 내겐 좀 어려웠는데, 왜냐하면 이 교향곡 뒤에 깔린 스크리아빈의 철학 자체부터 좀 난해했기 때문이다.

    각 악장의 부제들(투쟁, 쾌락, 그리고 신성한 연주)에서부터 일단 니체가 연상된다.

    이 세 악장의 부제가

    "신은 죽었다."

    "수동적 허무주의"

    그리고

    "능동적 허무주의"

    이렇게 니체의 언어로 일대일 대응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를 염두에두고 열심히 스크리아빈의 교향곡 3번, 신성한 시를 들어봤는데 아직 한참 내공이 부족한 나로서는 하프 모양이 특이하다! 그리고 피날레가 웅장해서 좋다! 이외에는 니체의 철학을 전혀 느끼지는 못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아직 프코로피에프 피아노 협주곡 2번에서 느낀 감동과 여운이 가시지 않은 상태였으니까!

    이 곡 하나만으로도 나에게는 최고의 공연이었으니까!


    아..ㅠㅠ 샌프란시스코에 또 공연하러 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마무리는 Zellerbach Hall 2층 발코니에서 찍은 버클리 두 상징물, 그리고 와인 두 잔 사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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