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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0/14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
    각종리뷰/귀가 즐거운 2017. 10. 16.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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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오랜만에 학교 Zellerbach Hall에서 하는 음악회에 다녀왔다.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Chicago Symphony Orchestra, conductor: Riccardo Muti)의 순회공연이 이번주 금, 토, 일 이렇게 3일동안 있었는데 가난한 대학원생인 나는 이 중 내가 좋아하는 슈베르트 미완성 교향곡 8번이 있는 토요일 공연만 골라서 다녀왔다.


    그래도 슈베르트 미완성 교향곡은 내가 애정하는 작품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큰 맘먹고 두 번째로 좋은 자리(feat. 학생할인)로 골랐다.

    게다가 Mezzanine Section!! (San Francisco Davis Hall로치면 Loge Section!!)





    토요일 프로그램은

    슈베르트 미완성 교향곡 8번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Clarinetist: Stephen Williamson)

    <Intermission>

    슈만 교향곡 2번

    이렇게 세 곡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슈베르트 미완성 교향곡 8번.

    클래식 음악 중에는 처음 들었을 때 단 번에 좋아하게 되는 음악도 있지만 여러번 들어야 좋아지는 음악도 있다.

    나에겐 슈베르트 미완성 교향곡 8번이 전자에 해당하고 프로코피에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이 후자에 해당한다.

    슈베르트 미완성 교향곡은 "미완성"이란 말이 무색하게 듣자마자 너무너무 좋아서 한동안 듣고 또 들었던 작품이다.


    일단, 목관악기 (클라리넷과 오보에)가 주선율을 연주하는 부분이 너무 낭만적이고 아름답다.

    생각해보면 나는 목관악기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작품을 특히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슈베르트 미완성 교향곡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좋아했던 이유 중 하나도 아마 그 탓일 것이다.

    또 무엇보다 현악기의 저음부를 풍성하게 들을 수 있어서 좋다. 특히 1악장 처음에 낮게 깔리는 첼로와 베이스 소리, 그리고 2악장에 저음부의 피치카토, 스타카토가 이어지는 부분이 정말 멋지다.

    그래서 슈베르트 미완성 교향곡이 프로그램에 끼어 있으면 최대한 직접 가서 들으려고 노력한다.

    스피커로 들을 때와 실제로 들을 때 이 저음부 파트에서 특히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슈베르트 미완성 교향곡 연주도 괜찮았다.

    1악장 금관악기 파트와 타악기 파트가 살짝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대체로 만족스러웠던 공연이었다.

    오랜만에 첼로 베이스의 풍성한 저음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리고 피치카토 파트가 좋았던 것만으로도!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두 번째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도 편안한게 들었다.

    사실 나는 모차르트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모차르트의 천재성에 대해 입이 마르고 닳도록 칭찬해마지 않지만 내게 모차르트는 너무 편안하고 교과서적인 음악 느낌이라 왠지 재미가 없는 느낌이다. 역동성이 부족한 느낌?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도 딱 그랬다!

    다만, 클라리넷 협주곡을 실제로 "보고" 들은 것은 처음이라 Stephen Wiliamson이 서서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웠다. 오케스트라 속 클라리넷 연주자의 모션은 매우 제한적인데 솔로 클라리네티스트의 모션은 매우 역동적이었다. 이 클라리네티스트는 보통의 솔로 바이올리니스트보다도 연주할 때 더 많은 공간을 썼다.


    사실 1악장은 클라리네티스트가 초반부에 좀 달리는 느낌?이 있어서 살짝 아쉽기도 했는데 1악장 중후반부부터는 연주자와 오케스트라가 서로 점점 합을 맞춰가면서 더 편안하게 들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역시, 모차르트는 참 내 취향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좋고 편안한데 아주 막 좋지는 않은, 딱 무난한 정도의 느낌.


    슈만 교향곡 2번.

    그리고 슈만 교향곡 2번! 이 곡은 슈만이 인생에서 우울증을 앓고 있던 시기에 작곡한 곡이라고 하는데 그 탓인지 악장 간 느낌변화가 매우 컸다. 전반적으로는 우울감을 떨치려는 듯 밝고 활발한 느낌으로 곡이 전개되는데 그러다가 3악장 부분에서 다시 음울하고 서정적인 느낌으로 변모한다. 그러다가 다시 4악장은 다시 밝고 경쾌한 느낌으로 돌아와 마무리 된다.


    듣는 내내 이러한 전개방식이 실제로 사람들이 예기치 못한 부정적인 shock이 왔을 때 대응하는 방식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처음에 그 부정적인 shock이 찾아오면 우선은 현실부정, 의도적 회피, 혹은 "난 아무렇지 않아," "나는 이 정도 shock에 굴복하지 않아."라는 근자감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 shock이 찾아오지 않았던 것마냥 더 즐겁게 잘 지내려고 노력하지만 (1악장) 사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이 shock으로 인해 슬픔, 우울감, 상실감, 어쩔 줄 모름 등의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이 곪아 있는 상태일 수밖에 없고 그래서 그런 감정들이 자신도 모르는 새에 스물스물 기어 나오기 시작하다가 (2악장) 이 곪은 감정이 곪을 대로 곪아 언젠가 터지는 순간이 찾아오고, 그렇게 이 모든 슬프고 힘들고 아픈 감정들을 충실히 겪어내고 나면 (3악장) 그제서야 다시 일상으로 회복할 힘을 얻을 수 있게 되는..(4악장) 


    이를테면 부정적 shock이 찾아왔을 때 사람들이 겪게 되는 기-승-전-결 구조가 이 작품에 너무나도 잘 녹아들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 탓에 어제 이 작품을 실황으로 듣는 내내 묘하게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또, 1악장에서 금관악기가 제시하는 동기를 현악기가 대위법적인 가락으로 받는게 좋고, 2악장의 경쾌한 리듬이 좋고 (슈만이 쓰는 리듬이 재밌다!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에서도 흥미로운 리듬구성이 등장한다!), 3악장의 음울한 느낌이 그 나름대로 매력있고, 그리고 다시 4악장에서 1악장의 동기가 재현되며 수미상관으로 마무리되는 피날레도 좋다. 

     

    그래서 슈만 교향곡 2번은 많이 들어보지 않아서 익숙지 않았던 작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좋았다.

    한동안 자주 듣게되지 싶다.



    마지막으로 이 글은, Intermission 때 2층 발코니에서 찍은 버클리 두 상징물이 적절히 잘 나온 학교 사진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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