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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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과 우주.각종리뷰/마음이 즐거운 2017. 11. 13. 15:14
김영하의 읽다에서 도서관을 우주로 비유하는 것이 재미있고 공감되어서 갈무리. "누구나 알다시피 도서관은 책을 모아놓은 곳입니다. 누구라도 그곳에 들어가면 어떤 신성함을 느끼게 됩니다. 많은 저자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책등은 묘비처럼 느껴집니다. 그곳은 죽은 이와 산 자가 가장 평화롭게 공존하는 공간이고 엄밀한 의미에서 저자가 죽어 있는지 살아 있는지 신경쓰는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작가는 자기가 쓴 책에 묻힌다'는 말의 의미를 가장 실감할 수 있는 곳도 바로 도서관일 겁니다." "도서관이 우주라는 말은 곱씹을수록 의미심장한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주 안의 사물은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주에 존재하는 네 가지 힘, 즉 거시 세계를 구성하는 중력과 미시 세계를 구성하는 전자기력,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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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는 이유.각종리뷰/마음이 즐거운 2017. 11. 13. 15:05
얼마 전에 한강 작가의 NYT 기고문을 인용하면서 내가 소설을 읽는 이유에 관한 글을 이 곳에 남겼다.그런데 김영하 작가님이 생각하는 소설을 읽는 이유는 다른 것 같아서 이 곳에 갈무리해둔다. (김영하의 "읽다"로부터) "'인간과 세계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소설을 읽자'고 결심하는 것은 어딘가 부자연스럽습니다. 소설은 소설이 가진 매력 때문에 다가가게 되는 것이고, 바로 그 매력과 싸우며 읽어나가는 것이고, 바로 그 매력 때문에 다시 돌아가는 것입니다. 독서의 목적 따위는 그에 비하면 별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독서의 목적 같은 것으로 설명해버리기에는 소설을 읽으면서 독자가 겪는 경험의 깊이와 폭이 너무 넓고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아직도 개개의 독자가 특정한 소설을 읽으면서 어떤 변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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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보다"에서 작가의 말각종리뷰/마음이 즐거운 2017. 10. 23. 08:41
김영하의 "보다"로부터 갈무리. "한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데에서 좀더 나아가야 한다.보고 들은 후에 그것에 대해 쓰거나 말하고, 그 글과 말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직접 접하지 않고서는, 다시 말해 경험을 정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타자와 대화하지 않는다면, 보고 들은 것은 곧 허공으로 흩어져버린다.우리는 정보와 영상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많은 사람이 뭔가를 "본다"고 믿지만 우리가 봤다고 믿는 그 무언가는 홍수에 떠내려오는 장롱 문짝처럼 빠르게 흘러가버리고 우리 정신에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제대로 보기 위해서라도 책상 앞에 앉아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내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생각의 가장 훌륭한 도구는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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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와 연구자, 연구자와 소설가오늘하루감상 2017. 10. 20. 10:22
최근에 김영하의 보다, 말하다, 읽다 산문 시리즈를 읽으면서 소설가라는 직업에 대해, 그리고 무엇보다 소설가로서의 삶에 대해 많이 배우고 생각해볼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알면 알수록 소설가라는 직업은 참 연구자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김영하는 말한다. 소설가라는 직업은 멀리서보면 지루하기 짝이 없는 직업이라고.소설가로서 하루종일 하는 일이라곤 책상 앞에 앉아서 읽고, 고민하고 쓰고 지웠다를 반복하는 것뿐이니 이보다 더 하품나오는 직업이 어디있겠느냐고. 그런데 생각해보면 연구자가 하는 일도 이와 별반 다를게 없다. (아, 물론 실험을 하는 연구자들은 좀 다를 수도 있겠다 싶다.)요즘 내 삶을 돌이켜보면, 내가 하는 일이라곤 책상 앞에 앉아서 읽고, 고민하고, 생각하고, 썼다가 지웠다를 반복하는 것 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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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라는 연옥.각종리뷰/마음이 즐거운 2017. 9. 29. 10:36
김영하의 산문집 "보다"에 수록되어 있는 에세이, "택시라는 연옥"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등장한다. "연옥은 천국과 지옥 중간에 있다.로마 카톨릭이 연옥을 창조해낸 것은 천국과 지옥의 이분법만으로 사후세계를 설명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연옥은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세계다.지옥처럼 괴롭지도 않고 천국처럼 행복하지도 않다.연옥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는 그곳에 머무는 기간이 얼마가 될지 모른다는 데 있다.또한 연옥에 머무는 자는 스스로 그곳을 탈출할 방법을 찾을 수 없다고 한다.언제까지 있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뭘 해야하는지도 모른채 하염없이 머무는 곳,거기가 연옥이다." 김영하는 택시문제를 연옥에 빗대었다. 깔끔하고 명쾌한 해결책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나는 이 구절을 읽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