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하루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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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2-2018/02/25오늘하루감상 2018. 2. 25. 17:36
*미국에서 한국까지 이렇게 가까웠나.처음이었다.그 날 이륙하는 비행기 표를 그 날 사서 탄 것은...그러니까 처음 언니로부터 소식을 전해 들은 것이 오후 다섯시 쯤이었는데 비행기를 밤 열한시에 탔으니까.소식 듣자마자 비행기 표 사고 짐 챙겨서 공항가서 비행기 타는 데까지반나절, 아니 반의 반나절조차 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서울에 도착해서, 김포공항에서 제주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이 글을 쓰고 있자니..지금 내가 한국에 있다는 것부터 시작해서..어제 오후 다섯시부터 지금까지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실감조차 잘 나질 않는다. 처음 부고를 전해 듣고 비행기 표를 검색하는데토요일에 버클리에 돌아오는 비행기 표와 일요일에 버클리에 돌아오는 비행기 표가 무려 600불이나 차이가 났다.그 순간 토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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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 요즘 하루 감상.오늘하루감상 2018. 2. 19. 10:28
*사실과 착각, 진실과 환상, 혼란과 혼돈, 그리고 중독. *"유리 볼 안에선 하얀 눈보라가 흩날리는데, 사실 구 바깥은 온통 여름인."Snowglobe에 갇혀 살았던 지난주. *"요새 어떻게 지내니?""그러게요. 저도 요새 제가 뭐하고 지내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잘 모르겠어요.""그건 또 뭔 소리냐?""정신 나간 애처럼 지내고 있다는 거죠. 이따 끝나고 커피 마실래요?""안 돼. 집에 가야해.""벌써? 왜요?""밥솥 고치러 가야해."...이 평범하기 짝이 없는 대화에서 흔들렸던건,그만큼 내가 잘 못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고,내 삶이 그만큼 불안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짧고 아무 것도 아닌 대화에서새삼 내 삶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었는지 절감하고 반성하게 했던 하루. *오랜만에 일상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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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 월기.오늘하루감상 2018. 2. 19. 10:17
사람들이 요즘 어떻게 지내? 하고 묻는 것이 싫다.이 별 것 아닌 질문이 참.. 별 것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참, 새삼스러운 질문이다. 그렇다고 구구절절 왜 잘 지내지 못하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그러면서도 위로 받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못된 생각인가.. 그래서 마음을 고쳐먹고,또 누군가를 만나서,밥을 먹으며, 차를 마시며, 맥주를 마시며,요즘 내가 어떠한지에 대해 구구절절 이야기를 하고 나면,그 순간에는 후련한 마음이 잠시 들다가도,집에 돌아와 깜깜한 집의 불을 켜는 순간에 밀려드는 공허함과 허전함은 또 어쩔 수 없다. 이러한 기분이 일정한 주기로 찾아오리라는 사실을 벌써 알고는 있었지만그래도 여전히 익숙치않고 힘이 든다.무척이나.. 익숙해지지도 않거니와, 익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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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 월기.오늘하루감상 2018. 2. 19. 10:15
#1. 지난학기 나의 수요일이야기 (지난 학기 수요일에 쓴!(공교롭게도 같은 달에 쓴!) 두 개의 상반된 일기.) ** i. Office Hour부터 연달아 다섯 시간을 학부생들에게 시달리고선 Dwinelle Hall을 나서는데해는 지고 있어 하늘은 어둑어둑한데 오늘 따라 또 내가 서 있는 곳 바로 위로 비행기가 윙-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순간 드는 생각.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이역만리까지 와서 이 고생인가.저 비행기타고 한국이나 돌아가고 싶다. 하루에도 수백번씩 기분이 왔다갔다하는 요즘이지만특히 수요일 이 순간은 더 우울하다. 그렇다고 뭔가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던 건 아닌지라 어디 하소연하기에도 민망하고,또 막상 징징대기에도 어정쩡한 그런 하루.그게 딱 수요일 7시 10분 Dwinel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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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 월기.오늘하루감상 2018. 2. 19. 10:14
*내가 생각했을 때 이별이 힘든 이유는이별했을 때가 가장 위로가 필요한 순간인데내 인생에서 가장 위로가 되었던 사람이 없어졌기 때문인 것 같다. 애초부터 없었다면 모를까..있다가 없어졌으니 그 상실감까지 더해져 더 힘들고 아픈 것이다. 사람들이 끊임 없이 누군가를 만나고자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이를 단순히 관계 중독성으로 치부해버릴 수 있을까. 누군가가 내 마음 속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서부터는..그래서 그 사람을 위한 자리를 어느 순간부터 비워두고서부터는.. 그 사람의 부재가 주는 그 상실감과 허전함이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참.. 버겁다. *지금 당장은 이렇게 힘들지만.. 곧 괜찮아지겠지.나 혼자서 잘 지내는 방법을 얼른 찾고 싶다.굳이 "행복"까지는 아니더라도. 어차피 행복은 순간,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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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내맘대로 랭킹오늘하루감상 2018. 1. 4. 18:37
2017년을 마무리하면서 써보는 내 맘대로 랭킹! 올해의 책: 올해 독서의 키워드는 "생각," 그리고 "상실" 이었는데, "상실"에 관련된 올해의 책은 김영하의 오직 두 사람 (어떤 단편은 읽고서 숨이 턱턱 막힐 정도), 생각에 관련된 올해의 책은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 (그런데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은 그런데 번역이 엄청 좋게 느껴지진 않는다. 다만, 몰랐던 동물들의 인지에 대해 많이 알게된 점, 그리고 이를 소개하는 저자의 필체에서 저자가 연구를 함에 있어 어떤 자세를 가지고 있는지 등 저자의 연구 철학이 많이 묻어났는데 거기서 많이 배웠고 또 그 부분이 참 좋았다.) 올해의 지름: 아이패드 프로 (시발비용으로 쓴 천 불, 그러나 막 지른 것 치고는 꽤나 유용하게 잘 쓰고 있음.) 올해의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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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와 연구자, 연구자와 소설가오늘하루감상 2017. 10. 20. 10:22
최근에 김영하의 보다, 말하다, 읽다 산문 시리즈를 읽으면서 소설가라는 직업에 대해, 그리고 무엇보다 소설가로서의 삶에 대해 많이 배우고 생각해볼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알면 알수록 소설가라는 직업은 참 연구자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김영하는 말한다. 소설가라는 직업은 멀리서보면 지루하기 짝이 없는 직업이라고.소설가로서 하루종일 하는 일이라곤 책상 앞에 앉아서 읽고, 고민하고 쓰고 지웠다를 반복하는 것뿐이니 이보다 더 하품나오는 직업이 어디있겠느냐고. 그런데 생각해보면 연구자가 하는 일도 이와 별반 다를게 없다. (아, 물론 실험을 하는 연구자들은 좀 다를 수도 있겠다 싶다.)요즘 내 삶을 돌이켜보면, 내가 하는 일이라곤 책상 앞에 앉아서 읽고, 고민하고, 생각하고, 썼다가 지웠다를 반복하는 것 뿐이..